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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INTEACHER 찐선생/책 읽는 찐선생

데드 하트(The Dead Heart)

by ZZINTEACHER 2020. 1. 5.

 

데드 하트(The Dead Heart)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지음, 1994년 출판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출판, 2017년 5월 17일 발행

1월 중순 경 노인과 바다를 끝으로 한 한 달 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겨울 방학이 끝난 1월 중순부터 행사를 끝낸 2월 중순까지 주말도 없이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바쁜 시간이 끝나고 나니, 책 슬럼프가 왔다.

글씨란 글씨는 죄다 보기가 싫어졌고, 갑자기 찾아온 휴식 시간엔 SNS나 보며 뒹굴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스티븐 크라센의 특강이 떠올랐다.

스티븐 크라센은 제2 언어 습득 이론 분야의 대가로, 2013년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방한하여 숙명여대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한참 영어 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공부하던 때라 그의 방한 소식을 듣자마자 특강을 신청해서 들었었다.

아직도 그의 강의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중 이번에 문득 생각이 난 그의 말은 "Reading should be for pleasure"였다.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기 위한 읽기가 아닌, 단순한 즐거움을 위한 읽기.

한국에 있을 때,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을 때면 근처 서점을 찾아 그곳에서 책을 읽곤 했다.

집에 있기 심심한 주말이면 벤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사 들고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광화문 교보 문고로 향해서 눈길을 끄는 책 하나를 집어 들고 읽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게 휴일을 보내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킬링 타임용 독서. 남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단순한 즐거움을 위한 책 읽기.

다시 무언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을 단숨에 잡아먹는 작가로 유명한 다양한 작가들 중에서 더글라스 케네디를 선택했다.

한 작가의 책을 다 읽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리디 북스에서 찾을 수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전권(10권)을 구매했고, 출판 순서에 따라 읽고 있다.

지금은 8번째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이번 포스팅을 시작으로 하나씩, 생각날 때마다 포스팅할 예정이다.

첫 번째 책은 '데드 하트'이다.

첫 페이지에서 '다윈'이라는 소설의 배경이 등장하자마자 깨달았다.

전에 교보 문고에서 읽은 적이 있는 책이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미국을 떠나고 싶어 한 한 미국인이 갑자기 여행을 결정하고, 호주의 북부 도시인 다윈에 도착한다.

다윈에서부터 시작하여 퍼스로 향하는 호주의 서부 해안 오지 지역을 여행한다.

여행 중 만나게 된 한 여자에게 납치를 당해 지도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한 마을에 붙잡히게 된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그 마을은 자유와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자치를 시작한 곳이지만, 실상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남자는 탈출을 꿈꾸고, 탈출을 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이겨내는 과정을 숨 막히는 묘사로 그려낸다.

실제로 이 책은 짧기도 하지만, 정말 단숨에 읽힌다.

특히 실제로 다윈과 호주의 서부 오지 지역을 여행해 본 나로서는 소설의 배경을 그려내는 묘사가 정말 생생하고 실제 같아서,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심하게 몰입해서 읽어 버렸다.

실제로 2010년에 호주 서남부 도시인 퍼스에서 시작해서 서북부로 향하는 여행을 한 적이 있고,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가는 호주의 여름에 아웃백에서 시작해서 다윈으로 향하는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도시 관광이나 문화 유적 답사보다는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을 두 눈으로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나에게 호주는 보석 같은 곳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동부 해안 또한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지만, 서부 해안은 경이롭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신비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아웃백에서 다윈으로 향하는 여행을 할 때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한 마을에 갇히기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그때가 떠올랐다.

다행히 마트 같은 편의 시설이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는 작은 도시와 같은 마을이었지만, 갇혀 있던 2-3일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무료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자로서 그 무료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지만, 납치를 당해서, 그 마을보다 더한 오지 마을에 갇혀 버린 이 주인공 남자가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그러게 현실을 살아갈 때도, 현실에서 벗어나 여행을 할 때도, 항상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여행지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의 만남, 교류가 즐겁고 특별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여행 중에는 현실 감각이 조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의 이야기는 너무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거리와 벽과 존중은 필요하다.

여하튼, 책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더글라스 케네디 특유의 가벼운 이야기랄까.

타임 킬링으로, 혹은 나처럼 책 슬럼프가 왔을 때, 활자에 대한 지겨움을 떨쳐내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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