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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INTEACHER 찐선생/책 읽는 찐선생

라스트 런어웨이(The Last Runaway)

by ZZINTEACHER 2020. 1. 2.

 

라스트 런어웨이(The Last Runaway)

트레이시 슈발리에(Tracy Chevalier) 지음, 2013년 출판

이나경 옮김, (주)북이십일 아르테 출판, 2014년 3월 24일 발행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시작한 '작은 아씨들'부터 최근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까지 의도한 것은 아닌데, 비슷한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읽어 왔다.

특히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헉이 흑인 노예 짐과 함께 도망치는 이야기를 읽으며 흑인 노예 탈출을 돕는 '지하철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이다.

영화는 음악, 문학은 미술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대표작인 '진주 귀고리 소녀'부터, '버진 블루', '여인과 일각수', 그리고 '라스트 런어웨이'까지 미술 작품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탁월하다.

미술적 소재(이 작품에서는 퀼트)를 은유적 장치로 사용하고, 여성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트레이시 슈발리에 작품이 좋은 이유는 특유의 여성적인 감성, 섬세한 감정 묘사, 다가갈 수 없는 남성과의 은은한 애정 묘사가 일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트레이시 슈발리에 작품 속 여성 주인공들은 사회적으로 보면 약자에 속하지만, 절대 나약하지 않다.

흔한 로맨스물의 여주인공처럼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우는 캔디 같은 캐릭터들도 아니다.

현실이라는 땅을 굳건히 밟고 서서,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을 그리는 그런 현실적인 인물들이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간다.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또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일상적으로 풀어내는 힘이 있다.

이 작품 또한 '노예 제도'와 종교와 같은 다소 무겁거나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한 여인의 일상 속에 녹여 내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나간다.

이 작품은 특히 '침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은 퀘이커 교도로, 잘은 모르지만 이 책에 의하면, 퀘이커 교도는 묵언 기도,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또한 주인공은 흑인 노예 탈출을 돕다가 한 비극을 맞이하고 자발적으로 침묵을 택하기도 한다.

퀘이커 교도로서 침묵은 내면의 빛을 찾기 위한 도구이고, 흑인 노예 탈출을 돕는 지하철도의 일원으로서 침묵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한 도구이다.

사실 전자는 익숙한 개념이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논리정연한 역설마저 통하지 않을 때, 침묵으로서도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허클베리 핀의 모험' 포스팅에서, "내가 옳아, 이게 맞아,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고 떠들어 대는 요즘 사람들에 지쳐갈 때 묵묵히 네가 맞겠지라고 생각해 주는 허클베리 핀의 침묵이 고맙게 느껴진다." 라고 하였는데, 침묵은 단순히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다.

말하는 것이 직업이라 침묵과는 거리가 먼데, 내면의 빛을 찾고 싶을 때, 내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싶을 때, 가까운 사람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침묵을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다른 작품들도 다시 읽고 싶어졌는데, 아쉽게도 리디북스에는 이 작품과 '뉴 보이'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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