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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INTEACHER 찐선생/책 읽는 찐선생

파리5구의 여인(The Woman in the Fifth)

by ZZINTEACHER 2020. 1. 10.

 

파리5구의 여인(The Woman in the Fifth)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지음, 2007년 출판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출판, 2012년 1월 31일 발행

 

지금까지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중 가장 독특한 책이다.

보통 더글라스 케네디는 실제 있음 직한 사람과 상황을 극적으로 그려내는데, 이 소설은 판타지 스릴러에 가깝다.

역시나 갑작스러운 파경을 겪은 미국인 주인공이 미국을 떠나 파리로 향한다.

이쯤 되면 작가가 어지간히 미국을 싫어하는가 싶다.

실제로도 옮긴이의 말을 읽다 보면, 더글라스 케네디는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사랑받는 작가라고 한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그의 작품 속에서 미국은 떠나고 싶은 곳이고, 유럽을 향하고 싶은 곳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주로 활동하는 주 무대는 에펠탑과 샹젤리제로 대표되는 파리 특유의 로맨틱함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책의 제목은 파리5구의 여인이지만, 실제로 주인공이 지내는 곳은 파리10구이다.

터키 출신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묘사되는 이곳은, 슬럼이다.

늘 도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도시가 아닌 곳에서 사는 것은 상상해 본 적도 없다.

특히 한국에서는 서울이라는 엄청난 대도시에서 일생의 반 이상을 지냈기 때문에 해외에서 중소도시에서 지내는 것도 굉장히 힘들어하는 편이다.

대도시는 복잡하고, 시끄럽고, 공기도 나쁘고, 온통 나쁜 것 투성이지만, 동시에 활기차고, 편리하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정돈되어 있기 때문에 도시에서 사는 것을 선호한다.

서울에서는 이제 보기 드물게 되었지만, 어느 도시에서나 존재하는 것이 슬럼이다. 특히 이민자가 많은 도시일수록 그런 것 같다.

슬럼은 존재함을 알고는 있지만 마냥 피하고 싶은 곳이다.

여행을 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살면서도 피하고 싶은 곳이다.

그런 곳에서 주인공은 아무래도 스너프 영상을 찍는 듯한 곳에서 야간 경비 일을 하며, 글을 쓴다.

대학의 교수였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을까. 소설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돈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역시나 소설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소설의 주된 이야기는 파리5구에서 만난 여인에 대한 것이다.

사교 모임 장소에서 만나게 된 이 미스터리한 여인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만날 수 있다.

슬럼 지역에 살기 때문에 주인공은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 여인을 만난 이후로 그에게 해를 입힌 인물은 모두 알 수 없는 이유로 제거된다.

끝을 향할수록 이러한 사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이 미스터리한 여인의 정체는 무엇인지 밝혀지는데,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궁금하지 않았다.

이 책이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스릴러로서의 매력은 조금 떨어진다.

긴박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달까.

오히려 내 생각을 사로잡은 건, 도심 속 빈민가, 슬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상이었다.

궁금하지만, 주인공처럼 삶의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고 해도 절대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곳, 절대로 직접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 생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흘끗 엿볼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여하튼 읽는 내내 딱히 즐겁지 않은 책이었고,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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