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진정한 진로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의 교집합이다.
나의 교집합은 한국어 학습자를 이롭게 하기 위해 힘쓰고 노력하는 한국어 선생님이다.
주변 지인들은 이야기한다. 꿈을 일찍 찾아서 좋겠다, 부럽다, 이제 꿈을 이뤘네, 그럼 이제 뭐 할 거야?
그렇다. 중요한 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진로를, 꿈을 찾는 것에 끝나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지금 느끼는 이 소중함을 잃게 될 것만 같다.
이제 씨앗을 뿌렸으니 정성스레 물을 주며 가꿔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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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어 교육 또한 학습자의 국적,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한국어에 대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는 학습자라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에는 좋은 한국어 교육 기관이 많다.
특히 대학 소속의 한국어센터들은 체계적으로 고안된 교육 과정과 교재를 기반으로 양질의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대학의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공부하기는 어렵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한국에 와서,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으로의 유학을 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기간은 최소 1년, 학비는 약 6-800만 원 정도가 든다.
각종 장학 제도를 통해 학비를 지원받는다고 해도, 물가가 만만치 않은 한국에서의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실제로 학비와 기숙사비까지 지원해주는 장학 제도에 선발된 학생이 항공료와 생활비에 대한 부담으로 한국 유학을 포기하는 것을 보았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해외에도 좋은 한국어 교육 기관이 많다.
그러나 거점 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 소도시의 학생들은 접근하기 쉽지 않다.
교원 해외 파견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인 선생님들이 현지에 파견되어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파견 기간은 보통 1, 2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연계성 있는 한국어 교육이 사실상 힘들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현지의 선생님을 양성하여 해당 국가가 한국어 교육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힘든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현지 한국어 선생님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을 기피한다.
카자흐스탄에서의 파견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학생들은 줄기차게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언제 다시 한국에 가요? 안 가면 안 돼요?”
그럴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또 설명하자 이렇게 물었다.
“그럼, 선생님. 유튜브 강의해주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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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좋아졌다.
이제는 특정 상품을 소비하기 위해 그 상품을 판매하는 국가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그 나라에 가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언어 선생님도 직접 만날 필요가 없다.
인터넷은 국경의 의미를 사라지게 하였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면 온라인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콘텐츠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국립국제교육원에서 교원 해외 파견 사업 우수사례 공모전이 있었다.
학생들의 요청이 많아 특별 강의를 했던 ‘한국 돈과 물가’에 대한 수업을 동영상으로 찍어 동영상 분야에 지원했다.
동영상을 찍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편집이었다.
50분짜리 수업 동영상을 10분으로 줄이기만 하면 되는데, 3일이 걸렸다.
온라인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건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무렵, 호주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장장 두 시간이 넘는 통화를 하며,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한국어를 생각하며 문화도 함께 알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한국 문화를 생각하며 한국어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스무 살 무렵 골목 술집에 앉아 한국어를,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나누곤 했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같이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온라인 한국어 교육,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해 찾아보았다.
학생들이 실제로 애용하는 사이트는 어디인지,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물어봐 가며 하나하나 살펴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전문성을 갖춘 영상은 딱딱하게 느껴지고, 재미있는 영상은 지나치게 재미 위주인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는 틀린 부분도 여과 없이 드러나는 영상도 있었다.
전문성과 재미를 갖춘 온라인 한국어 교육, 한국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한국어, ‘진짜’ 한국 문화를 담겠다는 의미로, ‘찐선생과 찐빵들’로 채널 이름을 정하였고, 2019년 11월 28일 나의 이력을 담은 첫 영상으로 우리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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