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이래로 부단히 노력해왔고, 그 결과 이제는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
대학에서 교육학과 외국어, 외국어 교수법 등을 공부하며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을 어느 정도 쌓았다는 자신이 생기자, 본격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 중에는 학과 공부에 아르바이트까지 너무 바빠 도무지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여름 방학에 한 달 동안 교내 한국어센터에서 한국어 교원 양성과정이 개설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그동안 영어 과외를 하며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신청하였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오던 그 해 여름,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수업과 수많은 과제로 인해 몸은 고되었지만,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쁨이 힘든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하였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즐기며 공부한 결과, 우수상과 함께 한국어 교원 양성과정 수료증을 받게 되었다.
120시간의 한국어 교원 양성과정을 수료하면 한국어 교육능력 검정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어 교육능력 검정시험에 합격해야 한국어 교원 자격심사를 신청할 수 있고,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한국어 교원 자격증(3급)을 받을 수 있다.
7월에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9월에 1차 필기시험, 11월에 2차 면접시험에 합격한 후, 자격심사를 거쳐 이듬해 2월에 자격증을 받았다.
공식적으로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
막상 한국어 교육 공부를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공부할 것이 많았다.
한국어학은 물론이고, 응용언어학, 외국어 교수법, 문화 이론까지 꽤나 많은 분야에 대해서 알아야 했다.
양성과정을 이수하며, 또 시험을 준비하며 차근차근 공부해나갔지만, 깊이 없이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어학이 너무 취약했다.
학창 시절 내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이 국어였는데도, 한국어를 모르는 학습자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였다.
한국어 교원 자격증 3급과 학사 학위로는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취업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
석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양성과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부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한국어학개론,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론, 한국어교육과정론, 한국어문법교육론, 한국어음운교육론, 한국어말하기교육론, 한국어쓰기교육론, 한국어능력평가론, 한국어교육방법연구론, 한국어교재연구및교수법, 한국문화교육론, 한국문화의 이해, 응용한국어학연구, 외국어교수법연구, 다문화시대의 교육, 교육전문가를 위한 리더십, 교육의 양적연구방법,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실습’ 강의를 수강했다.
이 글을 쓰며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학교 포털에 접속하여 수강했던 강의명을 살펴보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강의 하나하나가 다 선명하게 생각난다.
매주 과제에 허덕이는 와중에도 졸업을 위해서 교직 이수를 해야 했고, TOEIC 시험도 치러야 했고, 종합시험도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석사 학위 논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되어버렸다.
석사 학위 논문을 쓰기 전까지는 수료와 동시에 논문을 발표해서 졸업을 하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그런데…
논문 주제를 정하고 바꾸고 다시 정하고, 수많은 선행 연구들을 검토해서 정리하고, 실험을 설계하고 피험자를 모으고, 실험을 실시하고 평가자를 섭외하고, SPSS와 씨름하며 통계 분석을 하고, 교육 방안을 생각하고, 거의 다 쓴 글을 허망하게 날려 버리고, 미리 저장을 해 놓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혀 있다가, 다시 기운을 내서 글을 써 내려가고, 몇 번을 검토할 때마다 나오는 오탈자를 수정하고, 중간발표, 최종 발표, 지도 교수님과의 수차례 면담까지...
석사 학위 논문을 준비해서 발표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고, 졸업을 한 학기 늦출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쓰기 편한 주제를 선택할 수도 있었고, 조금 더 익숙한 연구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꼭 초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쓰기 교육과 쓰기 피드백에 대해 다루고 싶었고, 꼭 실험을 통해 피드백의 효과를 비교하고 싶었고, 꼭 그 결과를 명시적인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양적 연구를 하고 싶었고, 꼭 실제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고생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은 제대로 하고 싶었다.
이러한 진정성과 노력의 보답으로 논문 우수상을 받으며 졸업을 하였고, 그해 가을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을 받았다.
보다 다양한 기관에서 전문성을 갖춘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ZZIN KOREAN 찐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어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한국어 교육의 원리 1 (0) | 2020.01.05 |
---|---|
한국어 교육과 국어 교육은 다르다. (0) | 2020.01.03 |
찐선생, 김이연 _ 4. 앞으로 할 일 (0) | 2020.01.01 |
찐선생, 김이연 _ 3. 해야 하는 일 (0) | 2019.12.31 |
찐선생, 김이연 _ 1. 하고 싶은 일 (0) | 2019.12.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