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산이 울렸다(And the Mountains Echoed)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지음, 2013년 출판,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출판, 2013년 7월 15일 발행
처음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사랑하는 소설이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연을 쫓는 아이'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조국을 그리워하고, 또 옛 추억을 간직하며 동시에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평범한 삶을 살아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 소설은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꽤 길기도 하고, 방대한 배경과 다양한 인물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읽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한 번 시작하면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흡입력을 발산하는 작품이다.
첫 장부터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첫 장에서 아버지 사부르가 압둘라와 파리에게 해주는 이야기는 앞으로 이들에게 찾아올 슬픔을 암시하는 장치인데,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다.
가난하지만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던 아유브에게 악마가 찾아온다. 악마는 아이들 중 한 명을 요구했고, 아유브는 가장 사랑하다 못해 방울까지 달아놓은 막내 아이를 내주고 만다. 몇 년이 지나도 아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유브는 결국 악마를 찾아 먼 길을 떠나고 악마를 만난다. 그리고 악마의 정원에서 행복하게 뛰놀고 있는 아이들의 무리 속에서 막내 아이를 발견한다.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에 아이의 행복을 빼앗을 수 없다고 판단한 아유브는 홀로 마을로 돌아오고, 악마가 준 약을 먹고 막내 아이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항상 뭔가 잃어버린듯한 기분으로 살아가게 된다.
원래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진정한 용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나 또한 이 첫 장에 사로잡혀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고, 옮긴이의 추천에 따라 마지막까지 읽은 후 다시 첫 장을 읽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렇게 첫 장을 시작하여 9장까지 다양한 인물들과 다양한 공간 배경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언뜻 보면 관련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하나의 큰 이야기로 엮어지는데, 각 장의 이야기 또한 단편 소설 버금갈 정도로 완성도 있고 흥미롭다.
비단 아프가니스탄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애, 우정, 사랑과 같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기도 쉽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매번 바뀌기는 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 가장 와닿았던 이야기는 5장의 이야기였다.
진지한 성격의 의사 '이드리스'는 과시하기 좋아하는 '티무르'를 내심 폄하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뿌리를 되찾고 나라에 대해 배우고 수년 동안의 전쟁과 파괴의 여파가 어떤 것인지 목격하기 위해", 실제로는 그들의 아버지들이 소유한 재산을 되찾으러 미국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찾은 그들은 병원에서 '로시'를 만난다. '이드리스'는 '로시'를 입양하겠다고 약속하지만, 미국에 돌아오자 현실에 부딪혀 '로시'를 잊어간다. 로시는 결국 '티무르'의 도움으로 훌륭하게 자라 책을 출판하게 되고, 그 출판회에서 '이드리스'는 '로시'로부터 이런 메모를 받는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당신은 여기에 안 들어 있으니까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말은 쉽다. 말에는 힘이 없다. 결국은 행동을 해야 한다. 말과 행동이 함께 해야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말뿐인 사람은 결국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하게 되는 순간이 오고 만다.
여러 가지 생각하고 계획하는 바가 많고, 또 하나씩 실천해나가려고 하는 요즘, 참 와닿는 이야기였다.
이 외 이야기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질 때의 감동은 제목처럼 산을 울릴 정도로 크다.
삶이 무료하고, 매일매일이 똑같게 느껴지고, 감정이 메말랐다는 생각이 들 때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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