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출판, 2016년 10월 14일 초판 1쇄 발행
최근 한국 소설 중 '82년생 김지영'만큼 화제가 된 작품이 있을까.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또한 큰 화제를 낳았다.
나 또한 소설의 제목과 대략적인 내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굳이 찾아 읽어보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마침 종이책도 있고 시간도 있어 읽어 보게 되었다.
소설을 읽다 보니 왜 이 소설이 큰 반향을 이끌었는지 알 수 있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논문에 가까운, 너무나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지금의 한국을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극히 사실적이어서 소설의 재미는 덜하다.
소설의 묘미는 특별한 주인공과 그 주인공이 겪는 특별한 이야기를 간접 체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은 너무나도 평범한 주인공의 너무나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사실 이 소설을 읽거나, 혹은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진짜 여자들은 이래?"라고 반문하는 남성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너무나도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왜 그걸 몰랐어?"라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로.
나는 82년생 김지영이 아니기 때문에,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내용에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어머니 세대를 그려낸 부분에 있어서는 지극히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골에서 육 남매의 장녀로 태어난 우리 엄마도 삼촌들을 위해 엄마의 꿈을 희생해야 했고, 결혼 후에는 나와 동생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 덕분에 나는 82년생 김지영이 아닌 88년생 김이연으로 살아나갈 수 있었다.
힘든 환경에서도 지금의 자리에 서 있게 한 데는 엄마의 정신적인 지원도 크게 작용했지만, 아마 평생을 잊지 못할 한 장면의 역할이 컸다.
초등학교 때 살던 우리 동네는 빈부의 격차가 굉장히 심한 곳이었다. 100평짜리 고급 빌라와 단칸방, 반지하방이 공존하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어릴 때야 빈부 격차 상관없이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반지하에 사는 나와 고급 빌라에 사는 그들도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당시 고급 빌라에 살던 친구들의 엄마들은 '이대'를 나왔다고 들었는데, 문득 엄마가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궁금해져서 물어봤던 것 같다.
그날 엄마가 자라면서 무엇을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 어린 마음에도 하나는 분명하게 보였다.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에 따라 살아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꿈을 잃지 않았고,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공부를 했다.
그리고 지금 어디 가도 당당한 내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인가 사실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답답한 마음이 더욱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 거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희망을 갖는다.
82년생의 김지영과 88년생의 김이연이 다르듯이, 00년생 김서연이도 다를 것이라고. 더 좋은 의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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