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천명관 지음, 2004년 출판
문학동네 출판, 2014년 11월 10일 전자책 발행
생각해보니 한국 소설을 포스팅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소설보다는 세계 문학이나, 해외 신작 소설을 읽는 것을 선호해서 그런지 한국 소설은 수능 시험 필수 도서들 외에는 별로 읽은 작품이 없다.
작품 속 인물이나 배경이 해외 소설보다는 한국 소설이 훨씬 더 와닿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한국 소설은 시험용으로만 느껴져서 기피했던 것이 사실이다.
고래는 2010년~2011년 즈음 책을 많이 읽는 주변 사람의 추천으로 처음 읽게 되었는데, 엄청난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기억을 쭉 잊고 살다가 전자책으로 갈아타고 문득 생각이 나서 구매한 후 서너 번쯤 더 읽은 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그 감동이 더했다.
근래 더글라스 케네디의 가벼운 이야기들을 읽다가, 몇 세대에 거친 한 마을의 흥망성쇠와 한 인물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일생을 다룬 장대한 이야기를 한국어 특유의 묘사로 읽으니 그 감동이 더욱 새로웠던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본 옛 시장터에서 이야기꾼이 아이들을 둘러 모아 앉아 이야기를 해 주는 듯한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사후 벽돌 여왕이라 불리게 된 벙어리 춘희의 일생과, 춘희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 춘희의 어머니인 금복이 만들어낸 평대의 눈부신 성장과 갑작스러운 몰락에 대한 이야기가 퍼즐처럼 엮여 진행되는데, 주인공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의 성격이 다채롭고,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주인공이 치명적인 흠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보기 드문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치 장터에서 이야기꾼이 이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듯한 이 작품은 한국 소설 특유의 정서가 물씬 묻어나 있기도 하다.
옛 고전 소설이나 희곡(예를 들면 봉산탈춤)에서 볼 수 있는 '희화화'를 통해 시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면을 작품 여러 부분에서 찾을 수 있는데, 특히 에필로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말 그대로 '고래'와 같이 삶을 향한 거대한 꿈틀거림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한국 소설의 묘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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