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한국어 교육의 원리 2
지난 글에 이어 김정숙 교수님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원리 및 방법’[1]을 바탕으로 한국어 교육의 원리에 대해 이어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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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기술을 통합하여 교육한다.
외국어를 공부하다가 보면, 혹은 외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듣고 읽는 건 잘하는데, 말하고 쓰는 건 어려워하는 학습자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래도 말하고 쓰는 생산의 영역은 듣고 읽는 이해의 영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듯하다.
이처럼 언어의 네 가지 기술은 서로 분리할 수 없다.
의사소통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이상의 언어 기술이 사용된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나의 말을 할 수 있고, 상대 또한 나의 말을 들어야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도 언어의 네 가지 기술을 따로따로 교수·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여 교육하여야 한다.
일곱째, 문장 단위를 넘어서 담화 차원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담화’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문장이 연속되어 이루어지는 말의 단위이다.
실제 의사소통은 문장 단위로 이루어지지 않고 담화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학습자의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목표로 하는 외국어 교육에서는 학습자의 담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맥락 안에서 담화를 이해하고 구성할 수 있는 능력, 다양한 담화 표지를 통해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여덟째, 목표어 문화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그 문화를 향유하는 집단의 언어를 이해해야 하듯, 한 언어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그 언어가 담고 있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흔히 문화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익힌 단계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생활 문화는 생활과 밀접한 어휘, 표현들을 학습하는 초급 단계에서부터 다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밥의 민족인 한국 사람이 ‘밥 먹었어요?’라고 묻는 것은 실제로 밥을 먹었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안부 인사의 표현이다.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Did you eat?’보다는 ‘How are you?’가 더 어울린다.
그렇기 때문에 찐선생 콘텐츠는 ‘한국어는 한국어로 공부하자’, ‘한국어로 한국 문화를 담아내자’를 지향한다.
문화 교육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아홉째, 언어 내용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소통 전략이나 학습 전략의 개발 및 배양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통 전략은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취하는 전략이다.
개인적인 예를 들면, 영어의 ‘rally’라는 단어의 발음을 잘 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슷한 의미지만 수월하게 발음할 수 있는 ‘gather’로 바꿔 말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어권 학습자들을 가르치면서 마주한 소통 전략의 예도 있다.
중국어가 고립어이다 보니 중국어권 학습자들은 한국어의 조사 사용을 굉장히 어려워하기 때문에 조사를 생략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저(는) 어제 병원(에) 갔어요. 약(을) 먹었어요.’와 같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은’과 ‘는’, ‘에’와 ‘에서’, ‘을’과 ‘를’을 혼동해서 말할까 봐 아예 조사를 빼 버리는 것이다.
초급 학습자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는 올바른 조사 사용을 권장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종국적인 목표인 의사소통을 수행했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낸다.
학습 전략은 학습자가 보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다.
흔히 말하는 ‘공부법’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학습 전략은 선생님이 학습자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은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만의 학습 전략을 찾고,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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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아홉 가지 한국어 교육의 원리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글을 쓰며 나 또한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한국어 교육의 원리에 따라 한국어를 가르쳐 왔는지,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름 잘 지켜왔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는 일반적인 한국어 교육의 원리에 대해 논의하는 차원을 넘어, 특수 목적 한국어 교육, 특히 지금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한국어 교육의 원리에 대해 고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김정숙(1997).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원리 및 방법.“ 한국어학(한국어학회) 6: 117-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