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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한국어 교육의 원리 1

ZZINTEACHER 2020. 1. 5. 07:00

 

한국어 교육학은 외국인이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관한 이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국어 교육의 역사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조선시대 후기부터로 꽤 오래되었지만, 한국어 교육학은 비교적 신생 학문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이론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다.

초창기 한국어 교육학 논문은 한국어 교육학이 학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어 교육의 큰 숲을 그려나간다.

이와 같은 초창기 한국어 교육학 논문에서 다룬 한국어 교육의 원리, 방향, 목적 등을 알면, 한국어 교육의 정체성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어 교육의 원리에 대한 글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한국어 교육의 원리란 곧 한국어 교육의 뿌리이자 정체성, 나아가 앞으로의 방향성 또한 보여주는 중요한 내용인 만큼 학문적으로 인정받은 논문에서 내용을 차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교원양성과정, 그리고 석사과정 중에 정리해둔 한국어 교육학 논문 정리 노트들을 읽다가 김정숙 교수님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원리 및 방법[1] 논문이 한국어 교육의 원리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논문이라고 생각되어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보았다.

한국어 교육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최대한 쉬운 말로 쓰되, 의미가 잘 전달되도록 써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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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언어의 사용법이 아닌 사용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언어의 사용법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것이고, 언어의 사용은 말 그대로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의 사용법을 중심으로 한 교육은 문법 교육, 문장의 구조에 대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언어의 사용을 중심으로 한 교육은 상호활동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둔다.

한국어 교육의 목적은 학습자가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으므로 언어 사용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어는 조사, 어미 등 문법 형태가 매우 발달한 언어이기 때문에 문법 교육과 같이 언어의 사용법과 관련된 교육을 간과할 수는 없다.

 

둘째, 과제 수행 중심(task-based)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언어 사용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실제 언어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과제 수행 중심의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과제 수행 중심의 교육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의 단계와 과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어 교육은 흔히 도입 → 제시·설명(Presentation) → 연습(Practice) → 사용(Produce/Use) → 마무리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과제는 사용 단계에서 이루어지는데, 실제 언어 사용과 관련해 연습을 하는 단계로 언어의 기능적인 측면과 의미에 집중하여 수행된다.

여기에서 과제는 일반적인 과제와는 의미가 다르다.

수많은 학자들이 과제에 대해 정의하였는데, 그중 Nunan(1991)의 정의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Nunan(1991)에 의하면 과제는 의미를 중심으로 하여 의사소통을 위해 행하는 모든 이해, 처리, 생산, 대응 활동이다.

, 과제란 문법이나 구조 등 언어의 형태가 아닌 의미에 중점을 두고, 언어로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언어의 기능적 측면에 초점을 두어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활동이다.

과제를 통해서 학습의 과정에서 이해하고 연습한 내용을 실세계에서의 언어 활동으로 전이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과제 수행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유의적(meaningful)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습은 사전 지식에 새로운 지식을 연결하며 확장해나가는 유의적 과정으로, 외국어 학습 또한 이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문법, 어휘, 기능 등의 항목이 따로따로 교육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되는 맥락 안에서 교육되어야 하고, 학습자의 기존 지식과 연결되어 교육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준비 단계 → 활동 단계 → 활동 후 단계로 구성된 과정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준비 단계에서는 학습자가 배경지식과 경험을 최대한으로 발동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효과적인 학습을 도모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넷째, 절충주의적인 교수법을 사용해야 한다.

찐선생, 김이연 _ 3. 해야 하는 일에서 한국어 교육에 정답은 없고, 학습자가 누구인지, 어떤 환경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실제로 국내·외 다양한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느낀 바인데, 논문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어떠한 교수법도 모든 교육 상황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학습자의 나이, 학습자의 숙달도 등의 학습자 변인과 교사, 학습의 장 변인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교육 과정과 교수법이 개발되어 활용되어야 한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선호되는 교수법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하나의 교수법만이 옳고 다른 교수법은 틀렸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의 교수법만을 채택하고 다른 교수법들은 배척할 수 없다.

따라서 각기 다른 교육의 상황에 걸맞은 교수법을 여러 개 채택하여 장점을 취하는 절충적인 교수법을 사용해야 한다.

 

다섯째,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지난 글에도 언급하였듯이, 교육은 학습자 A A'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교수·학습의 총체라고 보았을 때,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변인은 학습자이다.

따라서 학습의 주체가 되는 학습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학습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최종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는지를 조사하여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학습 내용과 방법까지 학습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카자흐스탄에 파견된 후 처음 한 달 동안은 학습자의 요구를 조사하는 작업에 몰두하였다.

비자 문제로 이미 파견이 조금 늦어져 진도를 빨리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명 한 명씩 그동안 어떻게 공부를 해 왔는지, 어떻게 공부를 하고 싶은지, 한국어를 배워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결과 보다 정돈된 교육 과정을 설계하여 2년 동안 효과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었다.

 


[1] 김정숙(1997).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원리 및 방법.“ 한국어학(한국어학회) 6: 117-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