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과 국어 교육은 다르다.
“어떤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한국어 선생님이에요.”라고 답하면, 자주 마주하게 되는 두 가지 반응이 있다.
“요즘 선생님 되기 힘들다던데,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어느 학교에서 일하세요?”
혹은 “아,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시는구나. 저도 예전에 해 본 적 있는데.”
한국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전달해야겠다고 다짐하였을 때, 꼭 다루고 싶었던 큰 주제 두 가지가 바로 이 반응과 관련된 것이다.
‘한국어 교육은 국어 교육과 다르다.’
‘한국어 교육은 봉사가 아니다.’
후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니 차차 다루기로 하고, 먼저 전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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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국어 교육을 검색하면, ‘국민에게 국어의 사용, 이해, 표현 따위를 습득시키는 교육’이라는 정의가 나온다.
한국어 교육을 검색하면, 우리말샘[1]에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 한국어 교육학은 ‘외국인이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관한 이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나온다.
한국어 교육과 국어 교육이 다름을 명시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국어 교육은 모국어로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 국민에게 한국어를 습득시키는 교육이고, 한국어 교육은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교육이다.
모국어와 외국어, 한국 국민과 외국인, 습득과 학습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어 교육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어 학습자의 모국어는 다양한데, 분명한 것은 한국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엄밀히 나누자면, 한국어 교육은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으로 나뉜다.
이는 영어 교육의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와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이 둘의 차이를 단순하게 어디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느냐로 보기도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나누기 위해선 학습 목적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한국어를 배워, 한국 문화와 사회에 동화되기를 희망한다면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자라고 할 수 있다.
새터민, 결혼이민자, 다문화 가정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 대표적이다.
취미나 교육의 수단으로 한국어를 공부한다면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학습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국어 교육은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한국어 교육은 보통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어 교육은 주로 학령기의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한국어 교육은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성인 학습자는 아동, 청소년 학습자에 비해 규칙을 통한 학습을 선호하고, 새로운 지식을 기존에 쌓아온 풍부한 사전 지식과 연결하며 학습을 확장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은 국어 교육과는 다른 교육 원리와 방법을 따른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한국어 교육은 학습을, 국어 교육은 습득을 목표로 한다.
습득은 무의식적이고 직관적으로 언어를 익히는 과정을, 학습은 의식적으로 규칙을 파악하고 이에 순응함으로써 점차적으로 언어 능력을 길러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둘의 경계 또한 모호하고, 성인 학습자도 습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성인 외국어 학습자는 학습을 통해 언어 능력을 신장시키고, 아동은 모국어를 습득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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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학습자 A가 A'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교수·학습의 총체라고 보았을 때,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변인은 학습자이다.
한국어 교육과 국어 교육은 학습자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다음 글에서는 일반적인 한국어 교육의 원리와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우리말샘은 누구든지 참여하여 함께 만드는 우리말 사전이다. 여기에는 전문가의 감수를 거친 내용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