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 지음, 1865년, 1871년 출판
머빈 피크 그림,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출판, 2007년 10월 30일 초판 발행
고전 중의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세기 중후반에 출판된 앨리스의 이야기는 1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인용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 혹은 관심을 받아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굉장히 어렸을 때 동화책으로 읽은 기억이 있고, 일요일마다 TV로 볼 수 있던 디즈니 만화로 본 기억이 있다.
아마 내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회중시계를 들고뛰는 토끼, 곰방대를 피워 대는 벌레, 입이 엄청나게 큰 체셔 고양이의 모습을 쉽게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0일간의 세계 일주' 포스팅에서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세계문학전집 첫 번째 책으로 선택하였다고 했는데, 사실은 첫 번째로 완독한 책이 '80일간의 세계 일주'이고, 처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어릴 적 '우와~ 커진다! 작아진다! 토끼가 말을 한다!' 감탄을 연발하며 동화와 만화를 즐겼던 기억을 떠올리며,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단숨에 읽어낼 것으로 예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읽히지 않았다.
내 기억과는 달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굉장히 불친절하고, 짜증이 솟구치게 하는 이야기였다.
이미 이야기의 흐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곳곳에 있는 말장난이, 꼬치꼬치 캐물어대는 캐릭터들이, 배배 꼬인 시들이 전혀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로 동음이의어로 이루어진 말장난들은 유치하게만 느껴졌고,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캐릭터들은 무례하게만 느껴졌고, 당최 뜻을 알 수 없는 시들은 대학 시절 끔찍했던 영미시개론 수업을 떠올리게 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별로 좋지 않은 기분으로 이야기를 다 읽은 후 역자 해설을 보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당대의 교훈적인 동화나 동시와는 달리, 순수히 아이들의 즐거움을 위한 책이었다는데, 30대의 나는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몇몇 부분에서 교훈만 얻을 수 있었다.
체셔 고양이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렸다고 말하는 부분이나, 미친 모자 장수가 시간과 사이좋게만 지낸다면 시간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부분과 같은, 뭐 그런 전형적인 교훈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시간을 계속해서 달리고 또 달려온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을 읽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앨리스의 말대로 나이 먹는 건 누구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건지.
조금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장난과 농담을 포용할 수 있는 심적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