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
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지음, 2007년 출판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출판, 2007년 11월 25일 발행
할레드 호세이니의 널리 알려진 대표작은 "연을 쫓는 아이", 내가 꼽는 최고의 작품은 "그리고 산이 울렸다"지만,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또한 할레드 호세이니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연을 쫓는 아이"와 "그리고 산이 울렸다"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이야기를 흐릿하게 전하지만, 이 작품은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 실태를 처절하게 담는다.
특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 처절함이 배가 된다.
읽기 쉬운 문장과 글이지만, 내용은 참 읽기 힘들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처절함에 가슴이 아파 자꾸 책을 내려놓게 된다.
무슬림 국가에서의 여성의 삶은 어떠할까.
두 눈만 노출한 채, 얼굴과 몸을 모두 가린 히잡을 쓴 여성들. 무슬림 국가의 여성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이다.
처음 무슬림 여성의 삶에 대해 접하게 된 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나는 말랄라'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파키스탄 출신인 그녀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탈레반의 공격으로 치명적인 총상을 입게 되고,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그 후 여성 인권과 여성 교육을 위해 힘쓰는 사람으로 성장하였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되었다.
처음 그녀의 책을 읽고 적지 않게 놀랐다.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그곳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에 분개하고 또 슬퍼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또한 여성이 교육받는 것이 당연해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십 년이 안 되었다.
우리 엄마 세대만 하더라도, 집안의 남자들의 교육을 위해 여자들은 교육을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들게 된 경우가 허다하다.
아직도 여성 인권과 교육에 대한 문제는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최소한의 교육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지금 같은 세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옮긴이의 말에서 크게 공감한 부분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이슬람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고, 때론 굴절된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 식의 왜곡된 시각이 각인되어 이슬람은 호전적이라는 편견이 굳어졌고, 은연중에 일부 테러리스트들의 행위를 이슬람과 결부시켰다. 이런 편견을 버리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지려면 이슬람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한 외교통상부 장관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슬람에 대해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옮긴이는 말한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호소력이 강한 이슬람 문화와 접촉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 접촉이 우리에게 이슬람들이 낯선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우디나 아프가니스탄과는 다르지만, 무슬림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있으면서 그 문화를 직접 경험해 보니, 상당히 많은 부분이 왜곡되어 있고, 편견에 사로잡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여행 중 무슬림인들의 성지인 베켓 아타에 방문하였을 때, 사원에 입장하기 전 정성을 다해 온몸 구석구석을 닦아내는 신자의 모습이라던가, 방문객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마련된 차와 다과라던가, 무슬림이 아닌 나를 위해서도 진심을 다해 기도해주시고 또 선물까지 쥐어주신 사제 분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와 거리가 먼 대한민국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일이다.
이러한 면에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진짜 이슬람 문화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이야기에 가슴이 저릿해져 책을 놓고 마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오겠지만,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들의 삶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