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메리 W. 셸리(Mary W. Shelley) 지음, 1818 출판,
오숙은 옮김, 열린책들 출판, 2011년 1월 30일 세계문학판 발행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나서 문득 '프랑켄슈타인'이 읽고 싶어졌다.
사실 사피엔스를 읽은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의 세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까 궁금해서였는데, 사피엔스는 그보다는 지금까지의 세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왔는지를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80년대생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선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세대로서 세상이 급변하는 것을 봐 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세계는 얼마나 더 급격하게 변화할까 궁금하다.
우리 세대는 초등학교 때 혁신적인 수업의 일환으로 '한컴 타자 연습'을 연습했는데, 요즘 초등학생들은 코딩을 배운다더라. 나는 코딩이 뭔지도 잘 모르는데.
사람이 바뀌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만,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앞으로의 세계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다 보면, 결국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그의 책에서는 앞으로의 세계를 논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문학에서 최초로 과학의 발전에 따라 발생한,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부작용에 대해 언급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이전에 드라큘라를 읽고 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흡혈귀나 프랑켄슈타인 등은 지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200여 년간 대중문화 속에 녹아들었다.
개인적으로도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우리가 어릴 때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던 만화, '두치와 뿌꾸'에서였다.
이 작품 속 옮긴이의 말에도 있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작품 속에서 정확한 묘사나 심지어 이름마저 표현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 속에 자리 잡힌 이미지가 있다.
초록색, 사람 같지 않은 눈, 거대한 몸, 이마에 꿰맨듯한 상처 등
사실 '프랑켄슈타인' 원작은 처음 읽어 보는 건데, 생각보다 많은 것이 생각과는 달랐다.
이름부터가 그렇다. 프랑켄슈타인은 이름이 없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낸 과학자의 이름이다.
그는 열정적으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존재를 만들어내지만, 그의 흉측한 모습에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혐오감에 휩싸여 버리고 만다.
프랑켄슈타인은 처음엔 인간의 사랑을 갈구한다.
화목한 한 가정을 살펴보며 그들이 자신을 가족처럼 받아들여주길 바라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자신에 대한 혐오,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창조자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으로 자라나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을 창조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작품 속 많은 사람들이 프랑켄슈타인을 악마, 괴물로 지칭하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참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적이라는 것이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 그것이 충족되지 못해 발생한 원망과 분노 같은 것이 참 인간과 닮아 있다는 말이다.
작가가 1831년판 서문에서 밝혔다시피, 프랑켄슈타인은 괴기 소설을 쓰자는 바이런 경의 제안에 의해 처음 집필되기 시작한 작품이다.
당시에는 괴기 소설로 시작하였던 작품이, 현대에는 있을 법한 이야기가 되어, 오히려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점이 참 괴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