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빨강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지음, 1908년 출판
김서령 옮김, 허밍버드 출판, 2014년 12월 18일 발행
빨강 머리 앤, 귀여운 소녀, 빨강 머리 앤, 우리의 친구!
빨강 머리 앤의 이야기는 지금도 흥얼거릴 수 있는 이 노래로 참 익숙한 이야기이다.
처음 빨강 머리 앤을 접한 건, 그렇게 만화를 통해서였고,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매체를 접한 후에는 늘 그렇듯 원작 소설을 찾아보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쯤에는 이후 이야기도 궁금해져서 속편들을 찾아 읽었고,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게 되어, 내 노랑 책장에는 '사랑의 유산'도 꽂혀 있다.
명랑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빨강 머리 소녀 앤의 성장기를 다룬 이 소설은 밝고 명랑하지만 조금은 철이 없어 실수투성이인 한 고아 소녀가 커스버트 남매를 만나 똑부러지고 조숙한 숙녀로 자라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앤의 감성에 순수하게 공감할 수 있는 어린이나, 앤과 같이 자라나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서른이 넘은 성인이 되어 읽어도 참 좋은 책이다.
앤은 늘 그 모습 그대로 한결같이 거기에 있다.
그게 참 위안이 된다.
특히 이 판본은 옮긴이의 말이 참 와닿았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리운 얼굴들과 그리운 장소들을 떠올렸다는 옮긴이의 말처럼, 나 또한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운 얼굴들과 그리운 장소들을 떠올렸다.
옮긴이는 우리는 어느 시절 모두 앤이었다고 이야기하는데, 감수성과는 거리가 먼 나는 어릴 때도 앤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앤과 다이애나처럼 끈끈한 우정을 나누었던 어릴 적 친구들과, 그들과 함께 뛰놀던 옛 동네의 거리들이 떠올랐다.
근래에 동화 같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쓴 적이 있는데, 그 원이 모두 충족되었다.
마음이 따닷해지는 느낌.
이제는 다시 비판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다룬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을 읽어야겠다.